6월 26일, 무료 포스트로 전환됩니다. 말장난을 좋아한다. 사실, 사랑한다. 그리고 친구와 말장난을 주고받는 건 아주 많이 사랑한다.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을 정도로. 가는 말이 웃기면 오는 말이 웃기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나의 수줍은 성향 속에 빼꼼히 숨은 장난을 발견하고 끄집어내는 친구라면, 기꺼이 도원결의를 맺을 수 있다. 준과 J,...
술 냄새 나는 피가 몸을 돌고, 어제 만나도 이야기할 거리가 한가득인 친구 두어명이 옆에 앉아있을 때는 시끄러운 것이 신경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반갑기도 하였다. 뇌와 척수를 채 거치지 못한 말들이 직통열차를 타고 입으로 나오고, 거침없이 떠드는 게 좋았을 시절에는, 나의 소음이 다른 소음에 묻히는 것이 좋았다. 주변이 시끌벅적하면 말할 때의 볼륨을 ...
문장 밖의 나는 더 이상 씩씩하지도, 활기차지도 않다.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단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을 반복하고 있지만 동일한 명령을 무한반복 블록 안에 넣고 초록 깃발을 누른 코딩프로그램일 뿐이다. 계속, 계속 밥을 먹고 일을 하지만 성실한 건 껍데기지 정신은 입구와 출구가 없는 우주를 떠다닌다. 텅 빈 마음에 수십만원어치...
과거에 얽매이는 건 관두고, 현재를 즐기자! 인생에 관련된 수많은 조언 중, 실천하는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말이다. 똑같은 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현재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은 분명 눈 뜨고 꿈을 꾸는 중일 것이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꿈을 꾸지 않고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오늘 아침은 유독 크고 ...
풍성한 깃털이 빽빽한 날개는 무슨, 손끝에는 진득하고 무거운 현실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다. 절벽에서 추락하는 아찔한 경험 또한 전무하다. 비행기의 일등석을 타고 기내식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썰어 먹은 적도, 도착한 몰디브에서 모히또를 마시며 햇볕을 쬔 적도 없다. 꿈속에서의 나는 현실만큼, 아니 가끔은 현재보다 더 세파에 찌들어 생을 ...
기린아, 목이 길어 불편하지 않니? 괜찮아. 태어날 때부터 이랬는걸 별들이 하나둘씩 너의 곁으로 다가가고, 깜깜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잠이 들 때, 둥글게 칭칭 감은 목이 너를 불편하게 하지 않니? 전혀. 따뜻하고 기다란 목이 차가운 새벽이슬로부터 내 몸을 지켜줘서 좋을뿐이야. 천적이 쫓아와서 한시가 급하게 도망쳐야 할 때, 기나긴 목이 거추장스러운 적이 ...
새로운 곳에 혼자 있는 건 자갈과 뭉친 흙을 밟다가 낯선 꽃을 발견하는 것 그 꽃이 신비로워 자꾸만 어루만지게 되는 것 새로운 곳에 혼자 있는 건 두려움은 잠시, 영원히 떠돌고 싶어지는 것 생수와 기록을 위한 도구들을 넣은 가방을 메고 한없이 걷고만 싶은 것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고향과 같은 안락함을 누리는 것 자유로움이 이토록 달콤하구나, 깨닫는 ...
창문 건너 멀리 들리는 폭죽에서 오랜 시간 웅크려진 무릎 관절이 펴지는 소리가 나 팡 팡팡 보다 뚜둑 뚜두둑으로 들리는 걸 눈앞에서 보는 폭죽은 우렁찬 소리가 날거야 용솟음치는 불꽃과 함께 코에는 불놀이를 할 때와는 사뭇 다른 화약의 탄내가 날거야 가까이서 봐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불꽃놀이는 맨 앞자리에서 즐기는 게 인지상정이라 생각했는데 멀리서 보고 듣는...
쓰다. 이것이 어른의 맛! 공복에 아메리카노를 마신 후 처음으로 느꼈던 속 쓰림과 울렁거림은 차멀미보다 독했다. 균형을 잃은 반고리관보다 무서운, 카페인 섭취 후 찾아오는 메슥거림. 점을 찍는 용도로 만들어진 점심을 거하게 먹는 습관이 있다. 태양도 늘어지는 한낮의 식곤증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꾸벅꾸벅 졸며 노트북 앞을 멍하니 지키느니 뇌를 각성...
은근한 꿀이 배어나오는 아카시아맛 껌도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과수원의 노래도 어느 것 하나 익숙한 것이 없었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조금 내린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향을 맡고, 단박에 알았다. 풀비린내와는 거리가 먼 향긋하고 달콤한 아카시아꽃나무들. 새하얀 팝콘이 만개한 길의 가운데를 빠르게, 아쉽게 지나쳤다. 코 앞조차 막막한 날들은 깊고 깜깜한...
진정, 이 순간이야말로 바스락거리는 날갯짓으로 나비임을 실감한다. 아니, 그러기에는 선명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운동화를 신고 있는 두 발이 거슬린다. 내가 어떤 생물의 형태를 하고 있는지, 꿈을 꾸고 있는지 무엇 하나 깨달은 것이 없다. 역시 지금은 무지함의 대명사인 인간인 것이겠지. 자정에서 늦어도 새벽 1시에 취침하고 아침 8시에 기상하는 루틴은 직장...
40명 남짓한 교실. 작은 정사각형의 세상 속에서 피아노를 치는 상상을 했다. 그 배경은 흰색의 지저분한 분필 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직사각형의 칠판이 달린 교실일 때도, 그랜드 피아노가 테이블 옆에 놓여 있어도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일 때도 있었다. 손가락이 건반을 자유로이 날고 15장짜리 악보는 모두 머리에 순서대로 저장되어 있다...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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